2014-04-26

세상은 믿음으로부터 발전하지만
믿음 속엔 거짓도 섞여있다
다만,
그것이 거짓인지
그것의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심지어 이름도 형체도 없는 '그것'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를 뿐이다.
허나 이 말도 결국 믿음이 뿌리인 것이다
우리가 읽고 들은 것들
과거에서 흘러온 모든 것들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우린 믿을 뿐이다
난 지금 이 믿음을 부정하고 있고.

믿어온 그것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걸 인지했을 때,
행동은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믿음을 놓는 것
둘째는 더 큰 믿음을 부르는 것
나는 첫번째를 선택했고
부정은 끝을 모른채 자라나고 있다
아주 사소한 관념같은 것들과
익히 사실이라고 알려진 것들
꽤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이름 없는 편견들 모두가 믿음에서 나온, 어쩌면 언젠가 깨질 수 있는 것들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니 세상의 한조각 한조각이 모두 부정되었다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건
세번째 선택지이다.
세상은 진실과 거짓 사이의 믿음으로 가득 차있고,
나는 모든 걸 부정할수도,
모든 걸 믿을 수도 없다.
가려믿는다는 건 그 안의 모순을 못본 체 하겠단 말이니 더더욱 멀리 해야한다.
믿음 앞에서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만 간간히 드는 생각은
믿음이고 부정이고 다 내려놓고
무엇을 믿든, 믿지 않든
당신들의 마음을 헤아려
당신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게
가장 아름답게 사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믿음이 그렇게 중요한가?
하기는, 누군가에겐 평생을 바칠 만큼 중요한 것 일 수도 있겠다
그치만 그저 당신들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냥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믿음에 답을 내기 보다
그냥 저렇게 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사랑의 따스함 뿐이리라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힘일 것이다
사랑을 품어라
이해와 존중과 공감과 사랑을
어느 누구에게도 어느 곳에서도 어느 때에도 꺼내 보여주라
심히 이상적이고 너무나 허황되어 보이겠지만 나도, 당신도 분명 변할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설문지를 찬반으로 채워야하고
토론에서 입장을 가져야 하고
중간으로,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이분법의 세상에 묶여있어서
또 다시 답을 찾지 않을까 싶다

2014년,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 썼던 메모다.
이런 러프한 생각들을 정돈하려 철학과에 진학했던 게 새록새록 기억난다. 그때는 심각했는데 지금 읽어보니 꽤 귀엽다. 저때도 나는 사랑을 좋아했다.